이공계쪽에서 논문을 읽거나 발표를 듣다보면 저자나 발표자에 따라 머리에 쏙쏙 들어오기도 하고 뭔 소린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기도 합니다. 이는 내용이 어렵거나 복잡해서라기보다는 말하는 사람이 청중의 기대와 상관없이 자기 기준대로 발표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나마 논문의 경우는 여러번 주의깊게 읽다보면 간신히 이해되기도 하지만, 발표를 듣는 경우 일단 한번 흐름을 놓치면 그 이후의 내용을 전혀 쫓아갈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정말 난감합니다.
이 책은 이공계 분야에서 글을 쓰거나 발표를 할 때 간과하기 쉬운 것들을 잘 지적해주고 있습니다. 나온지 좀 오래된 책이다보니 종이에 직접 논문을 쓰고 OHP로 발표를 하는 등 요즘 추세와는 맞지 않는 내용이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여전히 새겨들을만한 내용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 입장에서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에는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영어에 능통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 책에서는 영어가 외국어인 청중이나 독자를 위해 어떤 배려를 해야하는지에 한 장을 할애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외국인 청중, 독자입장으로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더군요. 글쓴이가 영국 사람이다보니 미국 영어를 무시하는 경향이 종종 보입니다만, 제삼자 입장에서는 그것도 재미로 봐줄만 합니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짧다는 것! 크기도 작고 70쪽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마치 이공계쪽 글쓰기의 The Elements of Style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 책 자체는 그만큼 매끄럽게 쓰여진 편이 아니라는 점이 아쉽습니다. 각 절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따로 노는 느낌이랄까요? 그래도 하나하나가 꼭 필요한 조언들이므로 틈날때마다 관심있는 주제를 펼쳐서 읽는 것도 괜찮을 겁니다. 이공계쪽에 종사하시면서 영어로 논문을 쓰거나 발표할 일이 많으신 분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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