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lecosm

몇년 전에 나온 “예언서”입니다. 쉽게 구할 수 있는 페이퍼백으로 나온 건 2002년인데, 원래 처음 나온 건 아마 2000년일 겁니다. 그당시의 엄청난(!) 네트워크 발전 속도를 보면서, 앞으로는 네트워크 용량이 무궁무진한 시대가 올테고 그러면 세상이 이렇게 변할 것이다라고 설을 푸는 책이지요. 이런 종류의 책은 그때그때 읽어줘야하지만, 이렇게 얼마 지나서 과연 그 “예언”들이 얼마나 맞고 얼마나 틀렸는지, 왜 글쓴이는 그때 그런 틀린 예언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과연 내가 그때로 돌아간다면 맞는 예언을 할 수 있었을 것인지 등등을 곱씹어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2000년이면 IT 붐이 최고조에 이를 때이고,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초고속 인터넷과 무선망을 보면서 정말 네트워크 용량이 껌값이 되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한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거기에 자바와 네트워크 컴퓨터(NC) 진영에서 쏟아내는 장미빛 미래에 도취되지 않았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하지만 글쓴이는 좀 도가 지나쳤던 걸로 보입니다(George Gilder의 자바 찬양은 요새 짬짬이 보고 있는 Joel on Software에서도 한번 비꼬고 있더군요). 아직까지도 인터넷에서 DVD 수준의 동영상 보기가 요원하고, 설령 광케이블이 엄청나게 많이 묻혀 대역폭을 왕창 올려준다고 해도 지금의 TCP로는 그 성능을 십분 끌어내기가 어려운 상황인걸요. 아마도 먼저 낸 책인 Microcosm의 성공에 어울릴만한 다른 방향의 주제를 잡아보고자 시도한게 좀 무리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나 과거를 설명하는 부분은 제법 볼만합니다. 네트워크 업계의 발전사가 아주 잘 정리되어 있거든요. 단순히 기술적인 내용만이 아니라 회사들간의 이권 다툼으로 인해 기술의 향방이 좌지우지되는 뒷얘기까지도 다루고 있어서 흥미진진합니다. 예언은 적당히 무시해가며 보시길.

참고로 원서를 보시면 영어가 제법 어렵습니다. 원래 예언가들이 그렇듯이 글을 쉽게 쓰는 사람이 절대 아닙니다. 온갖 어려운 단어로 가득찬 비유를 잔뜩 섞어서 쓰기 때문에 매 문장의 뜻을 완전히 이해하고 넘어가기는 정말 힘듭니다. 대신 영어 단어 공부는 제대로 할 수 있을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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